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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전소 수제꽈배기를 예약하며..

미라클벤티 2018. 7. 9. 23:10


아이들에게 정직함을 강조하며, 거짓말은 절대 하면 안되는 것이라 가르쳤습니다. 엄마아빠를 속일수 있다는 확신이 들거나 끝까지 들키지 않을 자신 있으면 거짓말을 허용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까? 아이들은 거짓말에 대해 이미 포기한 상태입니다. 자기들은 호랑이 앞에 사슴이나 다름 없다며, 절대 엄마아빠를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나요? 나중에 들켜서 두배로 혼나느니, 애초에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짧고 굵게 혼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정직함을 강조하던 제가 꽈배기 앞에서 거짓말을 하고 말았네요.아무리 하얀거짓말이라고 해도 자식을 가르치는 엄마로서 꽈배기 앞에 무너지는 모습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면목이 없었습니다.​

얼마 전 시어머님이 올라오시고 아이들이 꽈배기에 대한 얘기를 해줬는가봅니다.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 정도라며, 꼭 드셔보시라고 강조했다나요? 아이들의 열화와 같은 홍보와 찬양효과로 꽈배기에 대한 어머님의 기대치는 날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몇날 며칠을 벼르던 시어머님께서 큰 마음 먹고 남편을 앞장세워 전소 수제꽈배기집에 방문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이 정기휴무인 ‘일요일’이었습니다.

모든 가족의 실망감과 시어머님의 기대감이 합쳐져 나중에는 ‘오기’가 생겼는 지 기필코 먹어야 하는 ‘잇 아이템’이 되버렸습니다. 결국, 내가 바통을 이어받아 월요일 오전에 다시 들렀습니다. 영종도에서는 워낙이 유명한 꽈배기 집이라, 기본적으로 30분은 대기를 해야합니다. 저 역시 자주 찾아가는 곳이 아니다 보니 한 번 방문해 넉넉하게 살 요량으로 미리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습니다. 사장님 전화번호는 포스팅 맨 끝에 별첨 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도착했을 때 대기자는 없었으나 물건이 덜나온 상태였지요. 저는 4봉지를 주문했는데 화면에 보이는 것 처럼 1봉지 분량밖에 없었습니다. 사장님은 10분 이내로 꽈배기가 나온다고 말씀해주셨고, 저는 대기 의자에 앉아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나이 지긋하게 드신 한 여성 손님이 들어와 가게를 쭉 훑어보신 후 제게 슬쩍 말을 걸어옵니다.

저...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니요...”
“저... 얼마나 사가실 거예요?”
“저는 미리 예약해서요.....”
“아... 네.... 많이 사가실 거예요?”
“아... 네...^^;; 2만원어치요”
“.........학교에 아이들 나눠주시는 용도 인가봐요?”
“저.... 그게.... 제가 모임이 있어서요”
“아... 네... 사장님! 저는 1만5천원치 주문할게요.”


뭔가, 눈치가 보였습니다. 많이 사가는 것이.. 차마 우리집 식구가 대가족이고 애들이 한참 크는 나이고, 먹성이 좋아 전부 먹어 치울 것이라는 얘기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려는 걸 간신히 삼켰습니다. 왠지 욕심쟁이처럼 비쳐질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대량으로 구매해가는 사람들이 많다면 사장님 입장에서는 다음에는 예약을 안 받아 줄 것 같았습니다. 아무도 주지 않는 눈치를 스스로 봐가며 다음에는 여러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양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건을 사면서 누가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눈치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나마 제게 질문을 했던 손님분이 저보다 한봉지 적은 1만5천원 어치를 구매해갔기에 스스로 위안을 삼아봤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분도 제 눈치를 보느라 이 것 저 것 여쭤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사장님께서 건네주시는 꽈배기를 들고 행여나 다른 사람들 눈에 띌까 얼른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 스스로에게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아무리 하얀거짓말이라고는 하지만 굶는 세상도 아니고 고작 꽈배기 조금 더 먹겠다고 방어막을 친 것에 제 자신이 너무 유치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오늘 있었던 헤프닝은 얘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맛있게 드시는 시어머님과 꽈배기 하나에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달게 먹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먹이(?)를 공수해온 부모로서 흐뭇합니다. 제 예상대로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는 시간에 맞춰 4봉지 중에 3봉지는 민망할 속도로 사라졌습니다. 꽈배기 30개를 앉은 자리에서 해치우는 위대(?)한 가족이 있어 이른 봄부터 저는 미친 듯이 경제 활동을 했는가 봅니다.


사실 전소꽈배기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꽈배기 체인점 ‘못난이꽈배기’와 맛이 거의 비슷합니다. 전소 수제꽈배기는 체인점이 아니어서 그런지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합니다. 단 아쉬운 점은 메뉴가 꽈배기 한 가지 뿐이라는 거죠. 하루에 800개 수량을 다 팔고나면 그날의 영업을 종료합니다. 그래서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꽈배기인가 봅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아는 사장님이 운영하시는가 봅니다.


예약하시면 더 빨리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바쁠 때는 못받으시더라구요.

<전소 수제꽈배기>
주소:인천 중구 운남동 441-3
전화번호:010-4992-7726